똑같은 중성자를 삼켰는데... 왜 형(U-238)은 꿀꺽하고 동생(U-235)만 터질까?

U-235와 U-238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 Pairing Energy를 질량-에너지 등가원리로 파헤치다.

경수로 원자로에 사용되는 원료는 우라늄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우라늄은 $^{234}\text{U}$가 0.005%, $^{235}\text{U}$가 0.720%, $^{238}\text{U}$가 99.3%를 차지하며, 이 중 $^{235}\text{U}$만이 원자로의 주 연료로 사용된다.

$^{238}\text{U}$이 압도적으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희소한 $^{235}\text{U}$를 굳이 4% 수준까지 농축시켜 사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235}\text{U}$가 $^{238}\text{U}$보다 핵분열을 월등히 잘 일으키기 때문이다. 반면, $^{238}\text{U}$은 핵분열을 거의 하지 않고 중성자를 포획(Capture)하여 $^{239}\text{Pu}$로 변환되는 길을 택한다.

도대체 왜 똑같은 중성자가 입사해도 $^{238}\text{U}$은 반응을 멈추고, $^{235}\text{U}$만이 격렬한 핵분열을 일으키는 것일까? 이 글은 그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물리적 해답을 찾기 위한 시도다.

1. 교과서적 설명의 한계와 새로운 시각

일반적인 핵물리학 교과서에서는 중성자와 우라늄의 상호작용을 설명하기 위해 껍질 모형(Shell Model)과 준경험적 질량 공식(Semi-empirical Mass Formula, SEMF)을 사용한다.

$$M(Z, A)=Z m(^{1}H)+N m_{n}-B(Z, A) / c^{2}$$

이때 결합 에너지 $B(Z, A)$는 다음과 같은 ‘베테-바이처커 공식(Bethe-Weizsäcker formula)‘으로 정의된다.

$$B(A, Z) = a_v A - a_s A^{2/3} - a_c \frac{Z(Z-1)}{A^{1/3}} - a_{sym} \frac{(A-2Z)^2}{A} + \delta$$

여기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마지막 항인 $\delta$ (Pairing term)이다. 이는 열중성자(Thermal Neutron)에 의한 핵분열 유무를 결정짓는 결정적 변수(Critical Variable)로 작용한다. 교과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핵자들은 짝(Pair)을 이룰 때 더 깊은 퍼텐셜 우물(Deep Potential Well)에 존재한다. 짝을 이루지 못한 핵자가 있는 상태(홀수)는 짝을 이룬 상태보다 결합 에너지가 작으므로(덜 묶여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높은 상태이다.”

하지만 “홀수 핵이 더 불안정하다"는 기술적 설명만으로는 핵분열에 필요한 에너지가 어디서 솟아난다는 것인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Pairing term을 질량-에너지 등가원리($E=mc^2$)와 질량 결손(Mass Defect)의 메커니즘으로 환원하여 해석해보고자 한다. 즉, 짝짓기(Pairing)가 단순한 배열의 변화가 아니라, 핵자 시스템의 잠재적 질량(Mass Excess)이 들뜸 에너지(Excitation Energy)로 전이되는 과정임을 규명하는 것이 목표다.

2. 이론적 배경: 결합 에너지와 분리 에너지

핵분열이 발생하기 위한 조건은 중성자 흡수 후 생성된 복합핵(Compound Nucleus)의 들뜸 에너지($E_{ex}$)가 핵분열 장벽($E_f$, Fission Barrier)을 넘어서느냐에 달려 있다. 이때 들뜸 에너지는 중성자 분리 에너지($S_n$)와 같다.

$$S_n = B(^{A+1}X) - B(^{A}X)$$

(여기서 $B$는 총 결합 에너지)

베테-바이처커 공식에 따르면, 결합 에너지는 짝힘 항($\delta$)에 의해 다음과 같이 보정된다.

순위 종류 양성자($Z$) 중성자($N$) 결합 에너지 보정 결합 강도
1등 짝수-짝수 ($^{238}\text{U}$) 짝수 짝수 $+\delta$ (보너스) 강함
2등 홀수 질량 ($^{235}\text{U}$) 짝/홀 홀/짝 $0$ (기본) 보통
3등 홀수-홀수 홀수 홀수 $-\delta$ (페널티) 약함

3. Pairing Term의 물리적 실체: ‘구조적 질량’의 해방

우리는 흔히 $S_n$을 계산할 때 수식적 결과값에만 주목하지만, 그 에너지의 기원(Source)을 추적하면 흥미로운 물리적 통찰을 얻을 수 있다.

홀수 질량 원자핵($^{235}\text{U}$)의 홀수 중성자는 짝을 이루지 못한 상태(Unpaired state)로 존재한다. 이 상태는 Pairing term($\delta$)이 0이므로 짝수-짝수 상태에 비해 결합 에너지가 낮다. 물리학적으로 결합 에너지란 핵이 안정해지면서 밖으로 ‘버린 질량’의 크기를 의미한다. 짝을 짓지 못한 홀수 핵은 짝수 핵만큼 질량을 충분히 버리지 못했기에, 그만큼의 ‘잉여 질량(Mass Excess)‘을 여전히 내부에 품고 있는 불안정한 상태다. 마치 다이어트에 실패한 것처럼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이들은, 빨리 중성자를 흡수하여 짝을 맞추고 안정해지고 싶은 강렬한 욕망(Desire)을 가지고 있다.

이때 외부 중성자가 유입되어 Pairing이 성사되면,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경로로 동시에 질량 결손을 일으킨다.

  1. 입사 중성자의 결합: 외부 중성자($n$)가 핵력 범위 내로 포획되며 발생하는 기본적인 질량 결손.
  2. 기존 홀수 중성자의 재배치(Reconfiguration): 이것이 핵심이다. 짝이 없던 기존 홀수 중성자가 입사 중성자와 짝(Cooper Pair 유사체)을 형성하며 더 깊은 퍼텐셜 우물로 떨어진다. 이때 기존 중성자가 품고 있던 잉여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되어 방출된다.

즉, 방출되는 총 에너지는 “입사 중성자의 질량 결손"과 “기존 홀수 중성자가 가지고 있던 잉여 질량의 결손"이 합산된 값이다. 이것이 바로 이중 질량 결손(Double Mass Defect) 효과다.

4. Case Analysis: $^{235}\text{U}$ vs $^{238}\text{U}$

이 모델을 실제 우라늄 동위원소에 적용하여 에너지 대차대조표를 분석해보자.

Case 1: $^{235}\text{U}$ (Fissile) - The Double Mass Defect

  • Initial State: Odd-N ($N=143$). 짝 없는 중성자가 존재함.
  • Transition: $^{235}\text{U} + n \rightarrow ^{236}\text{U}^*$ (Even-Even).
  • Mechanism: 홀수 중성자와 입사 중성자가 Pairing을 형성. 두 핵자가 동시에 더 안정한 궤도로 천이(Transition)하며 질량 결손이 극대화된다.
  • Energy Balance: $$S_n \approx 6.5 \text{ MeV} \quad (\text{Base} + \delta)$$ $$E_f \approx 5.7 \text{ MeV}$$ $$S_n > E_f \rightarrow \textbf{Immediate Fission}$$
  • Insight: 기존 시스템이 보유하던 구조적 불안정성(잉여 질량)이 에너지로 환전되어 핵분열의 기폭제(Trigger)가 되었다.

Case 2: $^{238}\text{U}$ (Fertile) - The Stability Penalty

  • Initial State: Even-Even ($N=146$). 모든 중성자가 짝을 이뤄 안정됨.
  • Transition: $^{238}\text{U} + n \rightarrow ^{239}\text{U}^*$ (Odd-N).
  • Mechanism: 입사 중성자가 들어오면서 완벽했던 Pairing 균형을 깨뜨린다. 입사 중성자는 짝을 찾지 못하고 홀로 높은 에너지 준위를 점유해야 한다.
  • Energy Balance: $$S_n \approx 4.8 \text{ MeV} \quad (\text{Base} - \delta)$$ $$E_f \approx 6.6 \text{ MeV}$$ $$S_n < E_f \rightarrow \textbf{Radiative Capture } (n, \gamma)$$
  • Insight: 방출되어야 할 결합 에너지의 일부가 새로운 홀수 중성자를 부양하기 위한 구조적 에너지(질량 증가)로 상쇄(Consumed)되었다.

5. 결론 (Conclusion)

핵물리학에서 Pairing Energy는 단순한 수식적 보정항이 아니다. 그것은 핵자 시스템의 배열(Configuration) 상태가 갖는 ‘질량’의 차이다.

$^{235}\text{U}$의 핵분열은 외부 중성자가 에너지를 가져와서 생기는 것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내부에 존재하던 ‘외로운 중성자’가 짝을 만나며 자신의 잉여 질량을 에너지로 폭발시키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238}\text{U}$은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입사된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다시 ‘질량(불안정성)‘의 형태로 저장해야 하므로 분열에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핵분열의 방아쇠는 불안정한 홀수 상태가 안정한 짝수 상태로 전이하며 방출하는 $^{235}U$ 스스로의 에너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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